안정미

달래다

불현듯

삭막한

어디쯤에

잔물결

짙은

퇴근

곧은

물들어

안부

작가노트

푸르스름한 기운이 가시기도 전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정신없이 시간에 쫓길 하루를 이미 알기라도 한 듯 불안감이 온몸을 뒤덮었다.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무더운 날씨 때문인 건지 헷갈렸다. 불안한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스스로를 나약하고 예민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되뇌며 제시간에 겨우 도착한 곳은 웃음기 없는 적막함으로 나를 반겼다.

이리저리 일에 치이다 보니 괜찮냐고 등을 쓰다듬으시던 엄마가 문득 보고 싶어졌다. 웃음이 끊이질 않던 친구들과의 여행도 생각이 났다. 그러다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번져갔다. 
무엇을 위한 삶일까. 더 나은 삶은 없었을까. 
내가 원하는 삶에 맞는 시간의 쓰임은 무엇일까 라는.

오늘따라 가방은 왜 이리 무거운지 숨 막히는 무더위에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퇴근길마저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감전이라도 된 듯 찌릿찌릿 전율이 흘렀다. 
무엇이었을까. 이토록 나를 압도하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건.

밀려오는 감정에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오늘을 후회했다. 
시간의 쓰임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시간이 차곡차곡 모여 다양한 색의 삶이 된다는 걸 잊고 지내온 건 아닐까.

2023.09.
안정미